대한민국을 강타한 물난리를 보면서 새삼 자연의 힘을 느꼈다. 내가 의존해서 살고 있는 자연, 자연이 연출해 내는 아름다움, 과거에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다. 하지만 도시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방치된 자연의 아름다움은 때로 느닷없이 다가와 깊은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런 감동이 쌓여가며 자연의 품에 안기고자 하는 욕구를 만들었다고 본다.
자연이 딱히 갈 곳이 없었던 나를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금산의 한 산촌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무겁기만 했던 삶을 다채로운 경험과 재미로 가득 채워준다. 그리고 집이란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이 균형을 잡고 머무는 곳이고, 자유와 질서가 평온함을 만들어 내는 곳이어야 함을 알아차리게 했다.
나의 개성과 자연이 어울려 사랑스러운 면모를 나타내는 곳이게 하고 싶었다.그리고 늘 질서와 균형을 생각나게 하는 집, 고상함과 평화로움에 잠기게 하는 집, 고요함 속에서 차분하게 생각을 깊게 할 수 있는 집이게 하고 싶었다.
장식성이 배제된 농가, 단순하고 소박함을 넘어 초라하기까지 한 농가에서 현대인들이 상징적으로만 생각하는 가치와 꿈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현실에 구현하려는 나. 깊게 깊게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나의 모순된 생각들을 찾아내고 밖으로 끄집어 내 정리하고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해나가고, 사고(思考)에도 질서를 잡아간다. 내가 가고 싶은 ‘앎’의 길로 점점 깊이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내가 성장하고 있음에 깊은 감동 마저 느끼면서 지극한 충족감에 잠긴다. 지나간 세월의 잡득할 수 없었던 삶도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되고 납득하게 되었다.
집은 그러한 나를 포근하게 안고 있다. 그리고 자연은 그러한 나의 집을 따스함으로 감싸고 있다. 늘 가르침을 베푸는 자연에 경이로움을 느끼고 겸허를 배운다. 그러면서 학습을 찬양한다. 소유가 없음도 찬양한다. 삶을 즐겁게 누리는 존재로, 자유인으로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단순함과 소박함도 추구한다.
주변과 어울려 튀지 않는 나의 집은 솔직하고 검소하고 단아하다. 이것이 나의 자아상이며, 나의 집은 이런 나의 자아상을 표현하고 있다. 집이 가지고 있는 허술함과 초라함도 내 자아상의 한 면모이다. 자아상에 따른 생각과 생활을 이행하는 삶,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삶. 그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라 여긴다.
노후를 자연의 품에 안겨 가고자 했던 길을 가고 있음에 고마움이 넘쳐 흐른다. 꿈이 안내한 삶, 그 삶에 맞게 성장을 하고 있다. 고마운 삶이고 축복의 삶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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