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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에 여름부터 가을까지 코스모스가 화려하게 피어나는 밭둑이 있었다. 밭둑은 도로에서 1.5m 정도 위에 만들어진 밭을 바치고 있다. 그 밭에서는 씀바귀가 농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늘 변한다.
올해 씀바귀가 자라던 밭둑은 올 봄에 논둑으로 바뀌었다. 봄이 되면서 코스모스 새싹이 둑을 덮었었다. 그러다 여름에 들면서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산뜻하게 피어나는 코스모스꽃을 보며 화려할 둑의 모습이 미리 보였다.
그런데 논둑으로 신분이 바뀐 코스모스로 덮힌 논둑은 어느날 보니 처참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제초제라는 파괴물질을 뒤집어 쓴 코스모스는 시커멓게 죽었다.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던 둑은 처참한 살생(殺生)의 현장이 되었다. 어쩌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기분을 저조하게 끌어내렸다. 논의 주인은 그들이 논으로 흘러들어야 할 바람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봤으리라 짐작해 본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죽은 가지에서 새생명이 나타나기도 하고, 새롭게 새싹이 나기도 했다. 희망을 알려주는 코스모스였다. 그러다 논이 있는 방향에서 낫으로 그들을 쳐내고 발로 남아있는 아이들을 도로 쪽으로 밟아냈다. 그래도 그들은 생명력이 강하다. 밟힌 아이들은 가지를 해의 방향으로 꺽어 자신을 키우고 꽃을 피웠다. 그래도 그들은 비록 소규모지만 화려함을 만들어냈다. 아래의 사진은 지난 해(2021)에 찍은 것이다. 씀바귀의 시선을 도로에서 차단시키며 아름다움을 즐기게 한 코스모스이다.
코스모스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고난을 극복하고 만들어낸 화려함은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고양시켰다고 본다. 코스모스의 위대한 생명력에 감탄하며 인간도 그 위대한 생명력으로 지금까지 존재해 왔음을 다시 생각해 본다.
코스모스가 핀 1차 도로는 자동차만 조금 다니지 걸어서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동차 안에서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가을의 화려함이 된 코스모스가 예쁘고 멋있다라는 생각만을 할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들이 극복했을 환경의 흔적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보이는 부분만을 칭송할 것이다. 이러한 것이 세상이라고 본다. 가까이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가 제대로 진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바람이 쌀쌀하고 쓸쓸해졌다. 그래도 코스모스는 새싹을 낸다. 자신을 제대로의 몸 크기로 키우지 못했어도 위기의식을 느끼면 자신에게 부여된 존재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꽃을 피운다. 그들은 소명의식이 투철하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을 지키고 보호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코스모스를 늘 보며 그들의 강한 생존능력에 경탄했다. 생명체에 부여된 소명, 이를 이루어낼 요소들이 이미 생명체 내에 갖추어져 있음을 챙긴다.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밖으로 밖으로 나가는 시선을 잡아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야 함을 챙겼다.
코스모스의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며 삶에 대해 또 깊이 생각했다. 깊이 깊이 들여다 보며 깨닫는 것으로써 나는 삶의 근원으로 찾아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계속되는 것임도 챙겨들었다.
2022.10.10. 금산군 남이면 대양리에서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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