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神仙)이란 “도(道)를 닦아서 현실의 인간 세계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산다는 상상의 사람.”이라고 국어사전에 설명되어 있다. 신선이 되고 싶은 나는 신비한 산촌의 오두막에 산다.얼마 전부터 뜨거운 여름의 상징인 매미의 소리가 산촌에 나타났다. 매미소리가 우화등선(羽化登仙)을 떠올려준다. 우화등선이란 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아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진서(晉書)≫의 <허매전(許邁傳)>에서 비롯되었단다.
우화(羽化)는 원래 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 번데기에서 날개 달린 성충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번잡한 세상일에서 떠나 즐겁게 지내는 상태를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 중 <전(前)적벽부>에 “훌쩍 세상을 버리고 홀몸이 되어 날개를 달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飄飄乎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에서 비롯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신선이다. 훌쩍 세간을 떠나 신비경을 자주 보여주는 산촌에서 고요를 즐기며 홀몸으로 삶을 즐기니 말이다. 때론 가벼운 몸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젖기도 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 매미는 3~7 년이라는 긴 굼벵이의 삶에서 벗어난다. 그들에게 각인된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부과한 의무는 종족보존이다. 한 일주일 정도 기간에 그들은 의무를 수행해야 한단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네의 생각일 것이다. 전혀 형체가 다르고 역할이 다른 삶을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그들.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인고의 고통을 견뎌내면서 이룬 성장, 내적으로도 환골탈태를 했음이 확실해 보인다.
매미 유충은 지상에 올라와 자리를 잡은 뒤 상체 탈피를 하고 자신의 집이었던 허물을 잡은 뒤 하체 탈피를 한다. 그리고는 날개를 펴고 말린다. 그리고 자신과 하나였던 허물을 떠난다. 이제 본격적인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새로운 삶이 짧은들 어떠랴. 마음껏 자신의 정열을 소리로 발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에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같은 매미라도 유충의 기간이 다 제 각각이다. 어떤 해외의 매미는 수십년 긴 기간을 유충으로 보낸다고 한다. 그 기간은 각각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우리네 삶에서도 마찬가지라 느껴진다. 누구는 매미처럼 성숙한 모습으로 살기도 하고, 누구는 평생을 유충처럼 살기도 한다.
불가(佛家)에서는 우리가 미생물에서 시작하여 인간으로까지 의식을 발전시키며 왔다고 한다. 이는 모습을 바꿔가며 삶을 살면서 지속적 성장 발전을 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인간이 ‘다 같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저마다의 성장기에 있는 것 같다. 그에 따라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생활습관도, 생활태도 등이 다른 유충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단계에서 삶을 체험하며 학습을 하고 있는 듯하다.
지식을 갖는 것과 그것을 깨우쳐 자신의 것으로 하는 일이란 참으로 어렵고 힘이 든다. 그러니 매미가 굼벵이 상태로 오랜 기간을 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또한 인류가 길고도 긴 삶의 체험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느껴진다.
나는 깨우쳐 알아도 곧 잊어버린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분석을 하고 자책도 하고, 그러면서 점점 내부 깊은 곳에 각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그것을 느낌으로 알 수가 있다. 그 느낌을 잊지 말고 붙잡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성장일 게다. 굼벵이가 비록 느리다 해도 매미가 되듯이, 나도 느리지만 언젠가 우화등선의 때를 만나리라.
세속적인 상식에 구애되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구속 마저도 놓은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자 한다. 그렇게 꿈은 실현되리라 본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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