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5시에 걷기를 나섰다. 조금 지나니 쓸쓸한 가을 기운이 하늘에서 내려온다. 간혹 나뭇잎 색깔이 바뀌어 떨어지는 것도 있다. 지나는 길의 인삼밭을 들여다 보니 인삼들도 잎과 줄기에 나눠가졌던 자신의 삼(蔘) 성분들을 거두어 자신의 뿌리에 이미 갈무리를 하나보다. 잎들이 누렇게 변하고 처지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자연과 우리는 때가 되면 때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바꾸면서 자신을 지켜낸다. 인삼들은 앞으로 올 추위에 자신의 귀한 성분을 다지며 가을을 맞이 하는 것 같다. 그러다 그는 추운 겨울에는 숨을 죽이고 자신의 부활을 산속에 숨어 기다릴 것이다.

벌써 아침 저녁 쓸쓸함과 쌀쌀한 기운으로 가을이 다가왔음을 예고 받은 나는 기쁘다. 가을의 멋을 한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장마에 쉬었던 몸을 이제 조금은 움직여 밭을 좀 정리한다.

어제 흐린 가운데서도 가끔 하얀 구름과 그 사이 맑은 하늘도 가을을 알려주었다. 밤나무의 밤송이도 익어가고, 마을 논에는 벼이삭이 고개를 숙여간다. 이렇게 가을이 온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내 가슴은 뛴다. 풀벌레 소리에 맞춰서. 방문을 닫고도 얇은 이불을 끌어 당겨 작은 방에 안겨 깊은 잠을 잔다.

201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