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업을 하는 젊은 친구가 전화를 모처럼 했다. 내가 보고 싶다며 근일간 내가 사는 산촌에 오겠단다. 그녀는 요즈음 나의 책 '실패예찬'을 다시 봤단다. 감회가 새로웠고 자신에게 많은 격려를 책이 해주었단다.

사업이 지금 순조롭지 못한 그 친구에게 나의 책이 힘이 되어주었다니 나도 기분이 좋다. 책이 제 역할을 해준 듯 하니 내가 제 역할을 한 것 같다.

남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런 인정을 주면 기분이 좋다. 나 홀로 산촌에서 잘난 척을 엄청 하고 사는 나도 좋다. 하지만 남의 인정을 기대하면 이는 쉽게 상처를받는다.

남의 인정을 기대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해서이다. 그런들 어떠 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혼자서 자신을 푹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면 세상도 사랑스러운 것을...

가끔 이렇게 나의 독자가 연락을 주고 이미 나는 출간한 책이 4권이고, 그중 2 권('세계 속의 리얼 코리아', '당신을 닮은 사람들')이 문광부 우수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그것도 즐거운 일이고 뿌듯함을 내게 준다. 스스로 엄청 잘났다 하고 살아도 이런 인정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하지만 문광부 우수도서에 얼마전 물의를 일으키고 미국으로 강제출국을 당한 그 누구의 책도 있었다니 우수도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나와 내 책의 존재를 누군가가 알고, 또 누군가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하고, 혹평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약간의 호기심을 주기도 하고...

산촌에서 나 홀로 격리된 듯 살아도 어찌어찌 무엇엔가 연결이 되어 있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고, 그렇게 그렇게...

2015.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