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이 예쁘다고 집의 귀퉁이 풀밭을 제비꽃을 그대로 두었었다. 두 해가 지난 올 해는 밭이고 꽃밭이고 제비꽃 투성이다. 봄부터 여름인 지금까지 그들을 제거하느라 제법 바쁘다. 그러다 비로서 알았다. 그들은 씨앗으로만 번식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한다는 것을.

봄에 보면 그들은 시멘트가 갈라진 틈 등 살아나기 힘든 곳에서도 자신을 키워 예쁜 보라색 꽃을 피운다. 그들의 꽃말은 겸양이란다. 그런 그들을 뽑으려니 기대와는 다르게 그 뿌리가 엄청나게 깊이 깊이 또 사방으로 뻗어있어 외유내강이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렇게 자신들을 확장한다. 말 그대로 뿌리를 한 번 박으면 뽑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제비꽃을 캐내다보니 그들이 분명 열매를 꼭 닫은 상태였건만 나중에 보면 열매를 열어 씨앗을 뿜어낸다. 하얗고 말갛게 생긴 모습의 열매는 3개로 갈리어 열린다. 그 안에는 작은 씨앗이 가득 찼다. 어떻게 하든지 자신의 자손을 퍼뜨려야 한다는 열망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은 나를 질리게 한다. 에일리언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젊은 시절 에일리언이라는 영화가 재미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며 그 시리즈의 영화는 나를 질리게 했다. 어떻게든 종족을 보존해야 한다는 그들의 본능에 무서웠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에일리언에 대한 질림을 제비꽃이 내게 준다. 이제 내게는 제비꽃이 더 이상 예쁨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식물들을 보면 환경이 열악하면 일단 꽃을 빨리 피우고 씨앗을 만든다. 모든 생명체의 사명은 일단 종족보존일까. 무조건 자신들의 개체를 늘리고 영역을 확장한다. 그런 힘에 치인 생명체는 자신의 영역을 잃어간다.

미국선녀벌레라는 괴이하고 예쁜 생명체가 나타나 호기심을 자극하더니 이제는 마을의 나무들에 잔뜩 붙어 있다. 식물이 아닌 전봇대에도 검은 차광막 등에도 붙어 또한 으시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벌레는 자신의 생존과 영역확장 이외에는 모르는 존재임이 분명하다.

생명체 사회에서 균형을 깨트리는 존재는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로 제거된다. 내가 풀을 뽑아내듯이. 늘어난 꽃을 여기저기 나누어 주듯이. 손으로 벌레를 일일이 잡듯이. 하다하다 안돼서 이제 살충제까지 뿌리듯이. 내가 마치 절대적인 권력자인 것처럼 나는 생명체 사회의 지극히 작은 부분에서 이렇게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인간은 이제 조화를 알고 그것을 지키는 그런 존재로 진화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정부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그런 시대가 되었으리라.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