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게 난 짜증이 나 있다. 땅바닥을 보면 온통 개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작은 개미이다. 실내에 있던 통나무를 밖에 내왔다. 보름 정도의 기간에 개미는 그 나무에 멋진 조각을 해 놓았다. 나무의 몸통과 껍질 사이를 파고 들어 집을 마련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그 나무의 껍질은 몸통과 분리가 되었다.



마당에서 놀다 어쩌다 돌려진 눈에 개미의 긴 행렬이 가끔 잡힌다. 아주 아주 긴 행렬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리 바쁘게 하는지. 많은 생명체들이 있으니 그들의 사체도 땅바닥에 많다. 내가 마당에서 놀면서 죽인 파리와 나방의 사체도 있다. 내가 먹다 흘린 과자 부스러기도 있다. 그러한 것들이 모두 개미를 분주하게 하는 요소가 될까.

풀을 뽑다 보면 뿌리가 발달한 풀의 뿌리에는 그들의 집이 있다. 풀만 뽑아 살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미의 성마저 부숴 예기치 않은 살생도 한다. 폭염주의보가 내리기도 하는 여름, 그들의 분주함과 쨍쨍한 햇살이 짜증스러운 사람들을 떠올린다. 개미처럼 그저 물질을 쌓아놓으려는 사람들 말이다. 재화란 그저 끌어 모으는 것이라 아는 사람들, 쌓아올려진 재화를 그저 자랑질 하는 사람들. 아직 발달이 덜 된 사람임을 스스로 자랑하는 것이다. 재화가 시용하고 누리기 위해서라는 것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단계이다. 그저 못 가졌었기에 지금 가진 것 자체가 본인에게는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인 것이다. 사실 저 좋아서 하는 것이라 여기면 되지만 이런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자극이 되니 하는 말이다. 자제를 부탁하고 제발 누리고 즐기는 것을 해보라 권하게 된다.

개미는 물질을 비로서 갖게 되고 더욱 가져다 쌓고 자랑질 하려는 사람들처럼 왜 이리 끌어다 쌓고, 종족보존과 자신들의 영역 확장에 열심인지. 조화와 균형을 생각해야 하는 것을 아직 모르는 단계의 존재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 개미가 얼마전 내가 깍은 발톱을 열심히 끌고 가는 것을 보았다. 시골에 살면서 나는 주로 마당에 앉아 손톱 발톱을 깍는다. 그저 땅바닥에다 대고 말이다. 발톱을 깍고는 멍을 때리다 돌린 고개에 희끄므레한 애벌레가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애벌레를 보려고 몸을 숙여 자세히 보니 애벌레가 아니다. 애벌레의 움직임이라 여겨졌던 것은 개미가 발톱을 운반하는라 생긴 움직임이었다. 발톱 하나는 개미 한 마리가 앞에서 조금 끌다 옆으로 가서 밀기도 하니 내 눈에 꿈틀거리는 애벌레로 보인 것이다. 또 다른 발톱에는 개미가 3 마리나 붙어서 운반을 한다. 저걸 왜 가져가지? 사람이 나무가 떨구어낸 썩은 큰 나뭇가지를 운반하느라 애쓰는 모습의 축소판 같다. 그들은 내 발톱을 쪼개 먹이를 만들까? 그들 집의 기둥으로 쓰나? 흐흐 재미 있다. 원시인이었던 인류가 아마 이렇게 나무나 다른 존재가 버린 것들을 옮겨 그들의 생존을 위한 재료나 도구로 썼을 것이다.

짜증스러운 개미의 노동과 그들의 영역확장. 그들의 두뇌에 각인된 프로그램에 의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지나친 확장은 다른 생명체와의 균형을 깨는 것이라 여겨진다. 개미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는 그런 존재로 진화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동에서 가끔은 벗어나 주변을 돌아보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여유가 필요할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진화라는 것, 그것은 자신에게 각인된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것은 아닐까. 자신은 모르지만 각인되어 저절로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을 넘어 자신이 조화롭고 우주 전체의 방향과 맞춘 존재로 되어 가면서 새로이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 말이다. 물리적인 영역의 확장을 넘어서는 비물리적 영역확장을 하는 존재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