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체들은 무엇이 되었든 신비로운 예쁨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의 나무는 전형적으로 예쁜 피어나는 잎을 가진 나무의 모습인 듯하다. 신록의 색 저마다 다르다. 나무가 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도 다르다. 산다는 것,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사람이 산다는 것, 참으로 단순한 것이라 여겨진다. 그 여겨짐대로 사는 것, 흐름을 따라 사는 것. 단순하고 명료한 삶이고, 편안한 삶이고, 기쁘고 즐거운 삶이고, 만족스러운 삶이다. 홀로 있다는 것, 삶이 단순함과 소박함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 기쁨이다. 삶의 형태를 스스로 결정하고 만들 수 있으니 기쁠뿐이다.

자연과 함께, 그들이 친구임을 알게되어 그저 기쁠뿐이다. 한가로움을 느낄 때는 오래된 책을 펼쳐 보며 한가롭게 드러누우면 그뿐이다. 그러다 흥이 나면 노트북을 열고 글을 끄적거리면서 생각이 질서를 잡아가는 것을 즐기면 그뿐이다. 잡생각이 나면 밖으로 나가 길을 걸으면 그뿐이다. TV를 켜고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며 세상 구경을 즐기면 그뿐이다.

삐걱거리는 몸을 달래며 길을 걸을 수 있는 산촌의 길. 길을 걸으면서 생명의 활동과 삶의 방법을 배우니 기쁠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느끼면 그뿐이다. 자연 속에 안긴 기분을 느끼면 그뿐이다. 산촌이라는 공간에 가득 찬 생명력을 느끼면 그뿐이다. 다양한 생명체들과 친구라 느끼면 그뿐이다. 

흥이 오르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내 정원의 잡초를 뽑으면 그뿐이다. 배가 고프면 내 밥을 먹으면 그뿐이다. 목이 마르면 나의 물을 마시면 그뿐이다. 춥거나 더우면 내 옷을 입으면 그뿐이다. 해가 저물면 내 집에서 쉬면 그뿐이다.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된 아침햇살에 녹는 서리나 이슬, 비가 내리는 아침, 눈 오는 한낮, 저물녘의 노을, 달빛으로 그윽한 집의 신비로운 운치. 추울 때 마을의 굴뚝들에서 솟는 연기들, 눈에 덮힌 자연이 연출한 예술작품, 비나 눈이 오고 난 후 활짝 갠 세상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안개와 구름. 이런 한시적인 예술품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가 어렵다. 말해 준들 직접 겪지 못하면 제대로 맛과 멋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휘익 달리는 자동차에 앉아서는 미처 알아차릴 수 없는 신비경들. 자연의 품에 안겨 살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신비경들의 주인이 되어 있음을 느끼면 그뿐이다.



위의 사진은 2018년 4월5일 오후, 봄이 비가 되어 내리는 날 산촌의 한 모습이다. 그저 날마다 나 스스로 즐기다가 이렇게 글이라도 남기고 깊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하지만 날마다 느끼는 황홀경을 제대로 전할 수 없으니 안타깝다. 사진으로 담아도 그림으로 그려도 부족하니 그저 안타까울뿐이다. 나 스스로 부족한 존재임을 놓치지 않고 이와 같이 살다가 가면 그뿐이리라. 흐믓하게 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가면 그뿐이리라.

산촌의 길에도 벗꽃이 도로 양 옆에 늘어서 있다. 꽃도 전국이 평준화가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