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을 바라보며 지금 가을을 보낸다. 가을을 느끼며 '나이 듦'을 느낀다.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나뭇잎을 보며 다채로운 색을 띤 나 자신을 느낀다. 떨어지는 낙엽의 다채로운 모습에 삶의 다양함을 본다. 길에 나뒹구는 낙엽을 보며 이미 존재감을 상실했어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삶을 본다.

낙엽은 떨어져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내가 사는 마을에서 걸으면서 열심히 살아온 삶의 결과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 은행나무와 감나무를 만난다. 감나무는 특히 화려함으로 산촌을 장식한다. 그런 그들은 의기양양 해 보인다. 나름으로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의 의기양양함 처럼.





과거 삶의 흔적이 지금의 자신임을 시냇물에 떨어진 낙엽송의 잎이 다시 알려준다. 낙엽은 물의 흐름에 따라 멋있는 문양을 시냇물에 그린다.



서리가 내린 아침에 피어난 제비꽃을 보며 삶의 때를 생각한다. 그리고 때가 어떠해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인지한 일을 해내는 생명에 경외심을 느낀다.



'나이 듦'은 삶의 가을 맞이라 여겨진다. 가을의 나무는 잎을 떨구고, 열매도 떨어내며 자신을 가볍게 비워가는 것이라 여겨진다. 열심히 키워온 결과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자신이 누구인지 느끼며 자신과 주변을 느낄 여유! 그런 여유가 있는 삶이 '나이 듦'을 인정한 삶이라 본다. 굳이 흰머리도 주름살도 감출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세월과 함께 하는 나 자신을 느낀다.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결실이 없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나이들고 있는 나. 그런 나를 멋쟁이라 여기며 지극히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