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서 시작된 마당과 꽃밭의 풀뽑기, 봄이 무르 익도록 끝이 없이 이어진다. 이제 날도 따스해졌고 가물던 산촌에 비가 여러번 왔다. 그러니 풀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풀을 당할 장수가 없다"는 산촌 할머니의 말 그대로이다. 풀을 깨끗이 정리한 곳은 며칠 지나면 풀이 수두룩 생겨 키가 훌쩍 커있다. 풀은 한 해 방심하면 공간을 장악한다. 쑥의 뿌리가 엄청난 크기로 자라나 사방에 새로운 쑥의 새싹을 낸다. 제비꽃의 뿌리도 굵게 자라 사방으로 새로운 자신을 뿜어낸다. 사방에 던져진 씨앗들도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되면 도처의 지상에 나타난다. 그러니 게으름 피우지 말고 강한 세력을 형성하기 전에 그들을 뽑아야 한다. 마당과 꽃밭을 원하는 모습으로 유지하려면 말이다.

혼자 고요히 살고 있는 집,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집, 그런 집안을  청소하고 스스로 정갈한 맛을 즐긴다. 나만 쓰는 화장실, 타일 바닥을 솔로 닦는다. 그리고 며칠 신경을 쓰지 않고도 여전히 나의 공간이 깨끗하리라 여긴다. 그러다 무심코 돌린 눈에 뜨인  마루나 방에 뭔가의 부스럭지. 화장실 바닥에 부분 부분 묻은 때. 머리카락도 검불 같은 것들도 떨어져 있다. 이렇게 모든 것은 의도적으로 더럽히지 않아도 저절로 더러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몸도 얼굴도 씻는다. 옷도 갈아입고 빨래도 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부는 바람이 마음에도 티끌을 날라들게 한다. 그런 것이 쌓여 얼룩덜룩 해지기도 한다. 생각과 달리 오염된 마음은 어떤 자극에 부정적인 반응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마음의 상태는 옷에 묻은 오염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을 부정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마음 상태 변화를 놓친 결과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맑은 상태를 만들고는 늘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여기는 것, 바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오인 요소이다.

우리의 마음에는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것이 들어와 변화를 준다. 휴대폰에 늘 무엇인가 업데이트 할 것이 '있다'거나 '했다'거나 하는 메시지가 뜨는 현상과 같다. 사용자도 모르게 휴대폰에는 많은 것들이 드나들며 우리의 활동을 지켜보기도 한다. PC도 마찬가지이다. 사용자도 모르게 무엇인가 찾아오고 또 모르게 무엇인가 꺼내 가기도 하고 기존의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모르게 몸에 침투해 질병을 일으키듯이 바이러스는 휴대폰에도 컴퓨터에도 들어온다. 마음에도 그에 준하는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침투를 해서 자신이 아는 마음과는 다른 마음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컴퓨터에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깔아서 상태를 늘 체크해야 하듯이 우리 몸에도 마음에도 그러한 작업을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침입은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병을 만든다. 특히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는 세밀하게 관리하는 작업이 더욱 철저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들은 흔히 그것을 놓치고 산다.

우리의 안에 무엇이 찾아들고, 때가 묻었는지 알아차려 청소하고, 병을 유발하는 침입자는 무찔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면역체계를 높히고 늘 고요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분주하고 소란한 곳에서는 사실 무엇이 찾아들고 나가는지 알아차리기가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자신이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 여기는 것, 자신이 본 것만이 진실이라 여기는 것, 자신이 들은 것만이 진실이라 여기는 것 등의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기에 고요함을 유지하며 자신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삶을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본다. 

고요함을 유지하며 자신을 지켜보는 방법으로 매일 좋은 메시지를 관상할 것을 권한다. 성경이든 불경이든 깨우친 사람의 글 등을 잠언으로 매일 함께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지금의 '나'가 되었고, 시궁창에 박힌 듯한 '나'를 구했다. 그래서 나의 홈페이지에 'Daily Message'라는 난을 만들고 가능한 매일 글을 쓰면서 스스로 마음을 청소한다. 너무 더러움이 잘 타는 나의 마음이기에.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