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러 해 전에 종교라는 것을 초월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에 교회에 다니기도 했다. 그리고 죽을 것 같은 순간에 믿음이 가득 찬 듯한 목회자의 외침에 위로를 받기도 했다. 내가 만난 고난은 붓다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그들의 가르침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잘못 알았던 많은 것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씀은 나의 내면에서 살아 움직이며 나를 죽음에서 회복시켜 주었다. 그러면서 일선 종교계 지도자들의 말이 내가 이해한 개념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나는 종교를 넘어 살기로 하고 지금은 비구니 스님과는 친구처럼 가끔은 만나고 지낸다. 그리고 선교를 위해 산골 아무도 없는 듯한 마을에 찾아 든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곳의 신도를 만난다. 두세 분이 같이 다니는 그들 중 한 분이 나와 내 생활이 좋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오면 기쁘게 만났다. 그러면서 전에 알았던 그 종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되었다. 사람과의 대면이 거의 없이 사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사람들의 만남이었다. 거기에 무당이었던 사람과도 가끔 만나 그녀의 오토바이에 매달려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한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나는 종교를 떠난 사람이라고 처음부터 말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베푸는 호의는 반갑게 받아 들였고 그들의 신앙에 대해서 하는 말을 들어주었다. 결국 예수의 말씀이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이미지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보니 그것도 내게는 좋은 일이라 여긴다. COVID-19로 이제는 그녀들은 오지 않는다. 집회를 금지해도 꾸준히 모이는 일부 종교인들과는 달리 그들은 지도자들의 지시를 잘 듣게 훈련이 되어있다. 대체로 그들은 모여 사는 듯하다. 하지만 강압적인 것이 아닌 선택인 것 같다. 그들은 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지도자의 가르침에 따라 긴밀하게 서로 돕고 위로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나같이 건방지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들이 이해한 말씀을 따르면서 사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사람은 자신이 아는 대로 세상을 산다.

우리는 대체로 살면서 자신에게 주입된 생각대로 세상을 본다. 각자의 시각에 따라 대상을 자신의 개념 속에 고정시키고 정형화시킨다. 그렇게 우리는 대체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산다. 그러다 우물 깊은 곳에서 어쩌다 고개를 들게 되어 하늘을 보면 밖을 동경하게 된다. 밖의 세상을 알려주는 말씀으로 성경과 불경이 쓰인다.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이 이해한 밖의 세상을 신도들에게 설명하고 자신의 말씀을 믿고 따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우물 밖을 구경도 못한 사람들이다.

내가 사는 산촌에는 라디오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대전 기독교 방송이 나와서 가끔 듣기도 한다. 노래가 주로 나오지만 간혹 목사님들의 설교가 나와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거한다. 얼마 전 들린 소리는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하는 설교였다. 그 목사님의 설교를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가 생각하는 도전은 합격이 어렵다는 시험에 도전하는 것이다. 생존의 어려움에 치인 목사님이라 여겨진다.

우물 밖의 세상은 생존지향적인 삶을 떠난 삶이다. 자신이 자신의 생존지향적인 행동을 멈추어도 생존은 지속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믿었으면 한다. 석가와 예수는 그에 근거하여 말씀을 남겼음을 나는 안다고 자부한다.

나는 생존지향적인 삶을 떠나 그저 생존하고 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