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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서 마당의 땅을 본다. 얼음이 녹으면서 땅은 조금 솟아 오르고 부드러운 흙으로 바뀐다. 신기하다. 그 흙 속에서 뾰족한 새싹이 올라온다. 신비로움에 몸이 떨린다. 자연의 흐름, 서로 도우며 흐름을 따라간다.
2021년 봄은 조금 일찍 온 것 같다. 양지바른 곳에서는 2월 말에 봄을 알리는 복수초가 피었다. 하지만 나의 영역에서는 거의 3월 하순이 되어야 복수초가 나타났다. 그런데 3월이 되자마자 나의 마당에 복수초가 노랗게 활짝 피었다. 기대를 못했던 나는 바로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지나다 꽃을 보게 되었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난 후에 집을 나서는 즈음에 있는 꽃밭에서 아주 소담스럽게 핀 복수초를 만났다. 꽃, 봄의 생명이 주는 최고의 감동이었다.
산촌에 들어와 살면서 만나게 된 신기한 식물의 싹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장미꽃 같이 새잎들이 모여 자신을 드러낸다. 커가면서 겹쳐진 잎들이 풀어지고 제 각기 하나 하나의 잎이 되어간다. 새싹이라면 그저 뾰족하리라 생가했던 나의 무지가 깨어지고 지평이 열렸다.
식물의 잎 자체가 꽃과 같은 모양을 한 여러 식물을 만났고, 나의 영역에 옮겨왔다. 그들은 겨울에도 마당에서 추위를 견뎌낸다. 지극히 크기가 작은 아이들도 있고 장미꽃 송이만한 친구도 있다. 흙도 거의 없는 공간에서, 극한의 환경에서, 줄기를 뻗어가며 번식을 한다. 그들은 흙먼지가 조금 모이기만 해도 자기 삶의 근거지를 만든다. 그들은 자신이 만난 흙먼지가 달아나지 않게, 바람이 가져가지 않게 자신의 뿌리고 끌어안으리라. 신기한 일이다.
생명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에게 베풀어진 환경을 극복하는 존재이다. 우리 인간도 그렇게 지금의 우리가 되었고, 이제는 전 인류가 전염병을 만나고 있다. 병원균, 코로나 바이러스도 자신의 생존과 확장을 위해 신속히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그에 맞서고 있지만 그의 변화를 따라가는 꼴이다.
우리를 위협하는 환경,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가 오염시켰다. 소유, 소비가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를 외치며 확장되었다. 또한 '더 많이, 더 맛있게'를 외치며 또한 엄청나게 먹는 시대도 되었다. 이런 '더 더 더'를 외치는 것은 지나간 시대의 삶으로 만들어진 결핍 때문이라 여겨진다.
이제 풍요로운 시대, 만족한 우리들이 되어 우리의 환경을, 소비를, 소유를 정비했으면 한다. 또한 전기차가 급격한 속도로 늘어나고, 탄소 절제가 이루어지고, 비닐과 플라스틱 소비 절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이 확장되고 있으니 내가 인간임에 고맙다. 우리는 우리를 위해 진화한다. 우리만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구와 같이 잘 사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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