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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고 산촌의 길섶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길섶은 잡초들의 세상으로, 태어났다 꽃을 피우고 또 사라지고, 그자리를 다른 친구들이 채운다. 변화무쌍하다. 그런데 잡초라고 부르는 친구들은 예쁘고, 개성적이고, 아름답다.
하루가 다르게 민들레꽃이 늘어나면서 어느새 길섶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씨 여럿이 한 자리에 떨어져 뭉쳐서 피어나는 민들레들이 많다. 살기가 힘들텐데 촘촘히 하나의 뭉치가 되어 화려함을 피운다. 그들은 씨앗으로 또 신기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세상에 자신들을 퍼뜨린다.
산기슭의 어떤 곳에는 뱀딸기가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햇살아래 예쁜 꽃을 피워 자신의 예쁨을 자신도 안다고 으시댄다. 밭둑이나 나의 마당 구석구석 제비꽃이 앙증맞게 피었다가 군락을 이루며 이 또한 화려함을 드러낸다.
잡초라고 꽃이 볼품없는 것이 아니다. 다 나름 예쁜 꽃이다. 생김새와 크기가 제각기 개성적인 아름다움. 그런 잡초가 나의 꽃밭에 계속 태어난다. 그대로 두고 예쁨을 보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잡초라서 마구마구 확장되기 때문이다.
잡초라고 불리우는 풀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만들어 사방에 또 뿌려댄다. 어떤 친구들은 씨뿐 아니라 뿌리로도 엄청난 확장능력을 과시한다. 지나치게 생장하는 친구들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한다. 그러니 공생을 위해 잡초를 제거한다. 예쁜 화초만을 키우기 위해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공생을 위한 것이다.
잡초의 힘에 대해 산촌의 농군들은 "힘을 당할 자가 없다."라고 한다. 풀을 싹 제거하고 뒤돌아 보면 그들은 다시 태어나 자라고 있다. 그러니 제초제를 뿌린다. 산촌에 처음 와서는 제초제를 뿌리는 걸 마땅치 않게 여겼으나 이제는 이해가 된다. 힘을 당할 수 없으니 제초제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이해가 되어도 내 작은 마당의 풀은 내 손으로 뽑는다. 겨울을 빼고는 나의 주요 과제이고 놀이이다.
나는 잡초라는 개념을 '번식력이 강한 풀'이라 규정했다. 그런 친구들을 뽑으며 얕은 지하세계를 구경한다. 날이 따스해지면서 개미가 오글거리는 세상도 만나고, 지렁이도, 누군가의 애벌레도 만난다. 본의 아니게 살의가 없으나 살생을 한다. 하기는 풀뽑기도 살생이지만.
풀뽑기를 하면서 나는 나의 내면에서 번식하는 잡초들도 만난다. 지나간 악습에서 비롯된 쓸데없는 생각들, 부정성의 노출을 만난다. 내면에서 번식하는 잡초도 발본색원을 하고 있다. 그래도 미처 못본 뿌리의 조각이 남아서, 보이지 않는 씨앗이 남아서, 부정성이 내리는 비를 만나 쑥쑥 자란다.
살면서 습관으로 자리잡은 것들로 스스로 굴레를 만들고 얽매임을 만드는 작업은 아직도 여전히 이렇게 일어난다. 그 자체가 발동할 때마다 알아차리는 것, 또한 쉽지가 않다. 늘 자신을 경계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 작업은 마당에서 솟은 작은 잡초의 새싹을 찾아내는 작업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것들은 많은 시긴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지금 내가 가는 길, 무성한 잡초밭이었다. 풀을 뽑지도 않고, 길을 걷지도 않았으니 잡초들과 온갖 벌레들만의 신나는 세상이었다. 매일 걷고, 잡초를 뽑으니 이제 점점 길의 모습이 드러난다. 참으로 기쁜 일이다, 나의 노력이 성과가 있음을 길이 알려주니 말이다. 이제 점점 잡초를 잃은 내가 가볍게 느껴진다. 잡초가 정리되어 가는 나의 꽃밭과 마당은 깔끔하고 내용물이 보인다. 가장 큰 변화이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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