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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뽑기를 매일 하며 재미있는 생각들을 즐긴다. 그 재미가 쏠쏠 하기도 하다. 그러다 싸그리 다 죽여버리려는 자들과 악착같이 살아남으려는 자의 처절하고 잔혹한 투쟁으로 가슴이 써늘해 지기도 한다.
옛날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드라마 등에서 만나지는 "3족을 멸하라."는 말. 남아있는 후손이 힘을 형성하고 원수를 갚으려 드는 것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처로 있었던 일이다. 예를 들어 역적모의가 발각되면 역적을 처벌하고, 그 자손들과 인척까지 다 죽임으로써 씨를 말리는 것이다.
이런 것을 모티브로 해서 시작되는 무협소설. 예전의 무협소설은 대체로 그런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아기가 극한의 고통을 넘어 무림의 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충복에게 안겨 간신히 피신해 목숨을 유지한 아이는 자신의 신분을 모르고 충복을 아버지라 여기고 자란다. 그는 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대체로 바른 사람으로, 또 유능한 사람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최고의 무림 고수로 성장하고 무림을 제패하는 내용이 예전의 전형적인 무협소설이다.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는 것은 씀바귀의 씨를 말리기 위해 내가 그들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작은 잎 하나를 제거하려 나섰어도 그의 뿌리는 땅속으로 깊이 뻗었고, 갈래진 뿌리들은 저마다 여러 새싹을 달고 땅에 출현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그들을 찾아내고, 미세한 뿌리 조각도 집어내 버리고, 씨를 이렇게 말려도 그들은 또 나타나니 씨를 완전히 말릴 수 없다는 것이다. 완벽함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 챙겨든다. 하지만 그들이 꽃을 피우지는 절대 못하게 하리라. 그러나 사실 그들의 꽃은 괜찮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의 번식력은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며 엄청난 세력을 만들어간다. 그걸 알아차린 사람은 그의 뿌리를 나물로 해먹게 되었다. 농부들은 그들을 농사로 길러 겨울이 되어갈 즈음 캐내어 농한기 일거리로 뿌리를 다듬는다.
씀바귀 뿌리의 강력한 확장능력이 인간의 먹거리가 되고, 또 농부의 돈벌이도 된다. 나의 영역 안에 들어온 그들은 나의 원수(?)가 되고, 그들이 가진 내가 싫어하는 능력은 누군가를 위한 장점이 된다는 사실. 삶에서 만나는 제반 현상들이 감동을 준다. 인간을 위시한 생명체들의 생존능력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미세한 뿌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에 또한 감동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을 키워갈 정보를 다 가진 뿌리에 존경도 보낸다.
인간도 자신이 누구인지, 또 어떻게 자신을 키워가는 것인지, 등의 정보를 다 가지고 태어났다고 본다. 우리가 태어나서 받아들인 정보를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 이미 가진 정보체계를 느끼고, 그의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한때 무림고수가 되고 싶었다. 무술이 아니라 지혜로. 그런 것은 진작에 내게서 사라졌고 나는 그냥 이 세상에 머물고 있다. 씀바귀를 못살게 굴면서.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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