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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풀뽑기를 하면서 붉은 색의 지렁이를 만난다. 풀뿌리와 함께 같이 나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는 얼른 흙으로 덮어준다. 그런데 덥고 뜨거운 날 도로에서 바싹 말라 죽은 그들을 만나 마음이 아프다.
그들은 비가 오면 땅 속에서 나와 지표면에서 기어 다닌다. 지상을 즐기던 그들은 바람도 쐬고 떨어지는 비도 맞다가 아차 하는 순간 햇살을 만나기도 한다. 서둘러 땅 속으로 돌아가려하나 길을 잃었다. 물기를 잃어가는 몸, 기어가지 못하고 고통에 몸을 꿈틀거릴 뿐이다. 그러다 길에서 그들은 다른 세상으로 간다. 남겨진 그들의 몸, 굵기도 길이도 다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의 몸은 동그랗게 굳어 있어 한옥의 문고리 같아 보이기도 한다. 지렁이들이 비틀리고 말라가는 모습도 다 저마다인 것이 놀아움을 주기도 하면서 내 아픈 마음의 모양도 그때그때 다르게 한다.
전에는 풀을 뽑으면서 지렁이를 자주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지렁이를 자주 만나는 것은 그만큼 마당의 흙의 영양상태가 풍부해 졌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지표면에 배출된 그들의 동글동글한 분변토가 그렇다고 알려준다.
지렁이들이 먹이를 먹고 배설하는 과정은 지구의 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렁이는 먹이를 먹은 뒤 12~20시간 뒤에 배설하는데, 이 배설물을 분변토라고 한다. 이러한 배설물이 땅을 건강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지렁이는 지표의 낙엽 등 유기물을 땅 속 서식지로 운반해 흙과 함께 섭취한다. 지렁이가 먹이를 서식지까지 운반하는 과정을 통해 지표의 유기물은 땅 속으로, 땅 속의 광물은 지표로 순환하게 된다고 한다. 농사를 지을 때 쟁기로 밭을 가는 행위를 지렁이는 평생토록 하는 셈이다. 그러니 지렁이가 많이 사는 토양은 이 같은 그들의 행위로 땅 속에 많은 미세한 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지렁이 서식 지역의 흙은 스폰지 같이 폭신하고 부드럽다. 또한 그들이 만든 땅 속 통로는 빗물을 땅 속 깊이 빠르게 들어가게 해서 식물이 수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단다.
어디에나 있는 흔한 지렁이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골이라 해도 도로가 포장 되어 있고, 그나마 길섶 등에 제초제가 뿌려진다. 지렁이는 지금 점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오늘도 지구 토양의 안녕을 위해 흙 속을 소리 없이 기어 다니고 있는 지렁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지렁이야, 비가 오더라도, 지표면에 구경나왔어도, 상황이 바뀌면 얼른 땅속으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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