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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장마다. 비가 왔다하면 쏟아 붇는 것 같다. 비가 막 그친 후 굉음을 내며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걸으면 개울의 주위는 물안개가 잔뜩 피어있다. 산 봉우리 마다 구름이 피어오른다. 물로 하늘과 지상이 맺어진 관계랄까, 신비가 솟아 오른다.
물은 형태가 바뀌면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인류에게 선물로 준다. 그 이전에 물은 지구 생명체 생존의 기본이다. 우리는 물을 잠시라도 떠나서 살 수가 없다. 그 물이 산촌생활에서 색다른 존재로 다가온다. 신비로움을 주는 존재 말이다.
밤에 내린 이슬이 풀잎에 방울방울 맺혀 보석이 빛나듯 한다. 잠시 보석이 반짝이는 세상에 살며 흐뭇하다. 사람들이 보석을 좋아하는 이유는 반짝임과 희소가치 때문이 아닐까. 주변에 널린 보석들을 즐기며 인간의 가치기준을 넘어선 곳에서 사니 좋다.
마당에 수많은 생명체가 산다. 어린 메뚜기류가 뛰고, 잠자리가 날아들고, 나비도 날아들고, 다양한 크기의 개구리가 뛴다. 달팽이도 움직이지 않는 듯 조금씩 이동하기도 하고, 뱀은 물이 흐르듯이 움직여 간다. 이름을 모르는 많은 새들이 날아들기도 한다. 마당에서 그들은 깡총 거리기도 한다. 알 수 없는 엄청난 종류의 벌레들, 거기에 여러 종류의 식물들까지 챙기면 집의 작은 마당은 다채로운 존재들이 머무는 하나의 우주이다.
다채로운 생명을 주관하는 나는 신비한 산촌에 사는 산신령이다. 물이라는 매개물로 인해 하늘과도 연결되어 있다. 산신령으로서 생물들의 균형을 생각하고, 다양한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모습을 즐긴다.
꽃을 감고 올라가며 콩과의 풀이 해바라기를 닮은 아이의 키를 넘어도 그들은 하늘을 향하여 오른다. 그런 모습이 나의 눈을 매력으로 잡는다. 잠시 비오는 중에 제대로 뽑아주지를 못했더니 도처에서 그들은 누군가를 휘감고 하늘로 오르려 한다. 해바라기 닮은 꽃에 2 마리의 나비(?)가 앉아 있다. 그들은 앉아서 계속 날개를 접었다 폈다 한다. 날개를 접으면 그들의 날개는 낡은 나뭇잎 모습으로 변한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나의 삶이 그렇다. 하지만 내가 도끼를 쓸 일이 없으니 도끼자루가 썩어도 괜찮다. 지금 만나지는 생명들의 신비한 모습들로 재미를 즐기며 고마움이 넘치니 기쁨이 충만한 신선놀음이다.
신선인 나는 신비한 산촌의 오두막에 산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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