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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마을 할머니가 요양원에 가셔서 방문을 했었다. 병실에 주욱 누어있는 노인들을 보며 순간 충격을 받았다. 노인들의 상태는 저마다 달라 보였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그곳의 작은 침대에 고정된 삶을,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가지고 간 과자류의 선물을 그곳에 계신 요양사(?)인가 하는 분이 받아서 병실 안에 계신 할머니들에게 하나씩만 나누어 준다. 병실이 깨끗한 대신 그곳은 깨끗함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를 하는 것 같았다. 부스러기가 떨어질 수 있는 과자류나 초콜렛이 묻은 것은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
최근에 마을의 95세 할머니 건강하게 야채를 가꾸고 있던 분이 주간 노인보호센터에 다니신다. 그녀는 가기 전과 다녀온 후 자신의 밭에서 열심히 풀을 뽑는다. 그녀는 나를 보면 자신이 다니는 학교(?)를 같이 다니자고 한다. 내 나이 또래도 온다면서, 재미가 있다고 한다.
내 나이 70에 생각한다. 내가 요양원이나 노인보호센터에 다닐 수가 있을까. 지금 상태의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본 성향이 건방지고, 까칠하고, 사람들과 적당하게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강력히 소망한다. 끝까지 나 홀로 집에서 살 수 있기를. 그러면서 노인네 연습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여긴다.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 있을까 검색해 보니 내 능력을 벗어난 것이다. 그러니 산촌의 집에 머물면서 품위를 지키며 나의 삶을 따라 가는 훈련이 필요하다. 다행히 요즈음 밀키트 등이 좋아서 노인네 삶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래서 군에서 하는 노인네 복지 서비스를 신청해 지금 한 달 이상 받고 있는 중이다. 생활지도사(?)인가 하는 분이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30~40 분 정도 머무른다. 대화도 하고 만드는 것이나 운동도 하잔다. 그리고 3 번/주 정도 전화를 한다. 오늘은 월요일이고 그녀가 방금 다녀갔다. 이번 주는 폭염이 심해 매일 전화를 할 것이라고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 말을 섞고, 어린애가 되어 무엇인가를 조립하기도 하고... 평소의 나로서는 짜증이 날 일이다. 하지만 노인네 연습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으니 참아야 한다. 거기에다 내가 도(?)를 많이 닦아 이제 짜증은 제대로 나지 않고, 계속 자신을 닦아가는 나로서는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나를 보는 것으로도 나 자신을 확인하는 것이니 좋은 연습이 된다. 산촌이라 사람의 얼굴을 보거나 말을 섞기가 쉽지 않다. 잘 선택한 것이라 여긴다.
자신이 노인이 되었고, 많은 부분이 변화되고 자신의 움직임이 삐그럭 거린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 노화가 진행될 것이니 그에 대한 생활방식을 하나씩 준비해 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 여기며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을 확장해 간다. 음식마련을 귀찮아 하는 나로서는 밀키트가 좋아져서 맛이 좋고 손쉽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가끔 주문도 해본다. 여러 물품과 먹거리가 이 구석 산촌에도 택배로 오는 현실에 고마움을 전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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