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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워포인트로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 시도를 한 것은 나의 글에 곁들일 이미지를 직접 마련하려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의 책 3 권, '은퇴하고 사는 법' '당신을 닮은 사람들' '과거에서 날아온 메시지'에 삽화로 사용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좀 뻔뻔함이 강해져서 출판사에 삽화로 나의 그림을 사용할 수 있는지 요청을 했다. 다행히 출판사에서 흔쾌히 수락해 책의 표지에도 내 그림이 사용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처음엔 무척 재미 있었다. 엉성한 그림이지만 내 의도가 이미지화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감동이었다. 그런데 그림이 항상 그림 같이 되지는 않았다. 그림을 그리려 하나 그리려는 대상에 대한 지식이 내게 제대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모름'이 많아 늘 배워야 하는 사람임을 자인하게 된다. 그리고 심리상태에 따라 그림은 성의가 없고 유치찬란해서 수치심을 주기도 한다.
찍찍 순간적으로 그린 그림이 비록 나의 책이지만 표지에 들어가니 흐뭇했다. 그저 장난처럼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사랑스러울 때도 사실적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유치찬란하기 짝이 없어도 나는 그림을 나의 홈페이지에 남긴다. 그래도 나의 발현된 한 모습이기에. 아래 그림은 최근에 그린 옥수수이다. 유치워 수준의 그림으로 무엇인가 느낌이 들어가지 못했다.
옥수수를 많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많이 먹으면 안 되는 나이기에 내가 좋아하던 옥수수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그렸지만 제대로 그림같지 않은 것은 내가 옥수수에 대해 사실 지식이 별로 없어서라고 본다.
어쨌든 나는 도시의 삶을 벗어나 청정지역이라 불리우는 산촌, 그것도 금산 최고의 깡촌을 찾아들었다. 모르고 우연히 내가 굴러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산촌이 나를 불러 들였다고 여긴다. 여러 압제에서 탈출한 나, 나는 그런 나의 삶을 사랑한다. 나 자신을 사랑한다.
산촌에서 한가로이 그저 존재한다 나는. 산촌 산과 숲, 개울, 다채로운 생명체들. 생명력이 넘쳐나는 곳의 한 일원으로 그저 있을 뿐이다.
나의 삶에 축배를... 다양한 선택(choice)를 위하여 그린 그림이었다. 지금 다시 그릴 자신은 없다.
나의 만족스러운 삶은 무한한 재미를 준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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