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조용한 산촌에세 살면서 끼니 때가 되면 그때 나의 기분에 따라 있는 것 중에서 챙겨 먹는 것이 이미 내 몸에 박힌 습관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식사 준비로 반찬을 만들고 해야 한다는 것도 잊었다. 식사를 하려면 그제야 반찬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거친 밥상을 마주한다. 냉장고에 여러 반찬 거리가 있음에도 음식 재료가 있다는 것도, 밥상이란 요것조것 구색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도 잊었기에 밥을 먹으려다가 생각나는 것이다. 나홀로의 밥상엔 거의 김치도 차리지 않고, 내 식의 한 접시 밥상이다.
나홀로의 삶이 나홀로의 생활 패턴을 만들었다. 나만의 식생활, 나만의 시간 보내기, 적당한 노동과 운동, 나의 생각을 노출시키는 글쓰기, 사색 등 나만의 하루하루 흐름이 있다. 나만의 흐름은 고요함 속에서 진행된다. 흐름이 무너지면 나의 고요함도 저만치 물러나 나를 물끄러미 보기만 한다.
나는 과거에 타인에 의해 많이 흔들거렸다. 쉽게 사람들에게 나의 에너지를 뺏겼다. 무방비 상태로 풀어헤치고 사는 것 처럼 살았다. 문제거리를 들고 찾아온 사람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고 그 문제의 해결사로 나섰다. 그런 나는 고요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대체로 나는 그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쓸데 없는 나의 과잉의욕으로 결과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서울을 떠나면서 나의 이런 어리석음을 내려 놓았다.
말을 이해하는 능력,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가짜 세상에 머물고 있는 삶들, 마치 신기루와 같다. 듣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며 대화라 생각한다. 그 대화가 왜 시작되었는지, 자신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을 하거나 들으면서 우리들은 잊어버린다. 신기루를 찾기에 자신이 신기루 속에 들어왔어도 새로운 세상을 볼 수가 없고, 또한 느낄 수도 없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털어 놓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가끔 전화를 한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가 보고자 하는 것을 보이게 하려는 나의 노력이 무의미함을 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가 절절하게 느껴야만 소통이 가능할 것이기에 그렇다. 그의 절규가 느껴져도 그저 묵묵히 나는 있어야만 함을 안다. 그러나 그렇게 옆에서 쏟아놓는 말을 받으며 담담히 지켜보는 것도 또한 힘들다. 습관적으로 손을 내밀어 잡아주고 싶고, 알려주고 싶은 욕구, 가야할 길 앞에 끌어다 주고 싶은 욕구를 눌르느라 나는 평정과 고요함을 잃는다.
새로운 길을 찾으려면, 자신이 그 길을 찾지 못하면, 길 안내자의 안내를 따라야 함을 다시 확실히 챙겨든다. 내가 안다는 것, 내가 그 무엇이라고 하는 생각, 등 자신이라 여겼던 것들을 내려 놓아야 함을 말이다. 내가 아는 것이 없다는 것,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 내가 나의 생각과 움직임을 온전히 주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것 말이다.
모든 것을 내려 놓음으로써 나는 원하던 것을 찾았다. 가고 싶은 길, 가야 할 길을 찾았다. 스스로 찾아내기 전에 나는 길 안내자의 안내를 되새기고 되새겼다. 선각자들의 말씀을 이해될 때까지 수없이 읽고 또 읽었다. 그들의 말씀은 완전히 소화되면서 내게 흡수가 되어 나와 하나가 되었고, 답을 찾아가게 했다. 그렇게 빛을 만났고, 나는 지혜의 길로 안내되고 있다. 그길은 항상 고요하다.
고요한 오솔길을 걸으며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 나홀로 삶의 패턴이 되었고, 내 삶의 정수가 되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
전체기사
758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