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길, 그는 3보 전진 2보 후퇴를 하며 다가 온다. 어느덧 낙엽을 떨구며 걸음이 빨라지는 가을, 쌀쌀함과 쓸쓸함을 본격적으로 나타내려 한다. 그는 이제 이제 3보 전진만 하려나 보다.
산촌의 농부들은 가을이 만드는 변화에 바쁘다. 깨를 터느라 농부 부부의 도리깨질이 바쁘다. 논은 하루가 다르게 비어져 가며 황금빛을 일어간다.
고개를 드니 앞산의 나무들에 모호한 색의 변화가 나타난다.
도로변 은행나무가 살짝 잎이 노래지며 은행을 바닥에 떨군다. 개울변의 억새가 쓸쓸한 가을 냄새에 아직은 아니라며 자신의 붉은 꽃을 흔든다.
마당의 고목인 호두나무는 잎을 거의 잃고는 호두라는 결실을 내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전한다. 복숭아 나무들도 어느새 잎을 많이 잃고는 휑한 모습으로 이별을 고한다.
꽃밭의 꽃들도 봄이라고 오인하고 싹을 내는 친구들에게 이별의 때를 알리며 화려함을 잃어간다.
화려한 가을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일에 바쁘다. 땅바닥을 구르는 낙엽들이 내는 이별의 소리. 가을이 우리 모두에게 수고했다고, 쉼의 때가 왔음을 알린다.
가을이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 삶은 자신만의 것임을 그리고 성장의 과정임을 알린다.
미세한 색의 변화를 나타내는 고목이 존재의미를 다시 일깨운다. 가을은 고목이 늙는다는 것은 겉의 성장을 그쳤어도 자신의 체적을 키우는 것임을 다시 일깨운다.
가을이 오는 길에서 두 팔을 벌리고 그를 맞는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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