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 들어서면서 허리가 반듯한 할머니들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단순히 허리가 굽은 것이 아니라 90도 넘게 굽어 땅바닥만을 보고 걷는 분도 있다. 허리가 굽고 또 옆으로도 휘어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 종일 일을 하는 산촌의 할머니들. 몸이 이러니 이들은 하늘을 보기 힘들다. 아름다운 산을 쳐다 보기도 힘들다. "어이구 어이구 죽겠다" 하면서 일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젊은 시절의 힘듦을 얘기한다.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자식을 키우며 공부도 시키고, 땅을 마련하고. 지금은 집도 땅도 마련했고, 자식들은 다 장성하여 대체로 도시에 나가 산다. 할머니들이 의무로 여기는 자식들의 혼인, 그것도 다 이루고 손자 증손자들까지 있다.
그래도 그들은 손을 움켜쥐고 돈을 쓰지 못한다. 자신들을 위해 돈을 써보지 못하고 살아온 그들, 넉넉하게 주변과 나누는 삶을 즐기지 못했던 가난한 산촌의 지독한 일군 할머니들. 일만 했기에 일 하는 것이 편안하고, 일을 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같다. "아구 아구" 아파를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은 읍내 병원에 가는 것이 유일한 나들인 듯도 싶다.
산촌의 할머니들은 내게 허리를 조심하라고 가르쳤다. 자세를 바로 잡아 몸을 똑바로 펴고 살라고 그들은 나의 반면스승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산촌을 늘 걷는다. 또한 그들은 과거에서 비롯된 습관적 사고와 언행을 찾아내고 버려야 함도 자신들의 생활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반면스승들에게서 가르침을 받으며 나는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나 자신을 키우며 산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과는 반대로 손을 펴고 나누며, 나 자신을 위하여 산다.
그들은 TV도 보며 즐기지 못한다. TV도 계속 봐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재미가 없다고 한다. 사람이 뭔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그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야 한다. 읍내에 사는 아들이 자신의 딸 생일을 축하하는 가족 외식을 하면서도 산골의 어머니를 모실 생각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생활에서로 익숙하지 못한 결과인 것 같다. 이런 저런 모습을 보면서 좀 답답하다. 산골의 할머니들이 농사일에 헌신하기 위하여 태어난 것은 아닐 것 같다.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수고로 넉넉해진 삶에 감사하며 삶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함을 이해했으면 한다.
 사람은 지속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해야 함을 확연하게 다시 챙긴다. 자신을 열고, 자신을 들여다 보고,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보고 느꼈기에 가르침을 받아 왔다. 그리고 자신을 의심하고,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아니 자신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존재, 성장을 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했기에 배움의 길을 가고 있다.
나를 깨우치게 하기 위하여 세상은 극단적인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고마운 세상이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일상의 모든 것이 나를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재료가 된다는 사실, 이 세상이 나의 편임을 거듭 확인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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