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보니 자식에 대해 '의욕과잉'인 엄마들이 꽤 많은가 보다. 그 엄마들은 자신이 공부를 잘 하지 못한 듯하다.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창조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모르는 듯하니 말이다. 그러면서 돈의 소유가 삶의 목표라는 듯한 모습들이 보여지니 놀랍다. 다 큰 자식이 여전히 크지 않았다고 여기며 자신이 자식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이고자 하는 부모들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잠시 잘난 척을 하고 싶다. 나는 놀면서 만들어진 '생각하는 방법'으로 내게 주어진 많은 문제를 찾으면서 살았기에.
예전의 우리들은 근면이 미덕인 농경사회에서 살았다. 그러다 “빨리빨리” “열심히”를 외치며 전대미문의 발전을 이루었다. 이제 발전한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즐거운가? 답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과잉 경쟁을 하며 우리네는 병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사회 여기저기에서 표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여전히 “열심히”를 외치며 ‘의욕과잉의 기대 이하 성취자’들이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자녀들에게 “열심히 공부해라” “열심히 일해라”고 가르친다.
내가(지금 나이 70인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중학교는 입학시험을 통과해야만 들어가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과외방에서 과외 공부를 늦도록 했고, 학교에서는 5•6학년이면 매일 시험을 보게 했다. 이른바 입시 위주의 교육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좀 한다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가 과목 별로 2개였다. 교과서 한 개는 조사만 빼고는 까만 색연필로 지워져 있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웠다는 말이다. 학교에서도 외울 것을 내주고는 외우지 못하면 집에 보내주지도 않았다.
제일 이상한 공부로 강하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당시 아프리카 작은 나라의 수도까지도 반 친구들은 다 외운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작은 나라들은 교과서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세계지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있었을 것이다. 과외 선생님들도 그런 정보를 정리해 주며 친구들에게 외우라고 시킨 것 같다.
그렇게 친구들은 많은 시간을 공부라는 것, 암기하는 일에 쏟았다. 지나치게 공부를 열심히 한 그들은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대체로 내게 무엇인가를 물어보았다. 거의 질문에 답을 못하는 내게 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자랑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그저 멍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늘 모른다는 나는 항상 시험을 잘 봤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의 공부 방법을 돌아보지 않았다. 시험에 틀린 개수만큼 그들은 과외방에 가면 과외선생님에게서 매를 맞는다고 했다.
당시 친구들은 전형적으로 자신들의 공부에 과잉 헌신을 한 것이다. 많은 것들을 외우며 보낸 시간들…그 시간들이 그들에게 시험이나 공부란 아주 힘든 것이라고 여기게 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감은 고갈이 돼버렸다. 그들의 두뇌에는 피로가 누적되고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든 상태로 조금씩 이행되어 갔을 것이다. 무기력해진 두뇌는 공부한 정보를 기억해 내고 답을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졌을 것이다. 아니, 그들의 공부에는 답을 생각해내는 방법론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생각 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반면 놀고 먹는 나는 동화책과 TV, 영화•소설 등 내가 보고 듣는 정보 등에서 답을 찾아내는 능력을 키운 꼴이 된다. 시험을 보는 것이 학생으로서의 의무였으니, 시험 보는 시간에 나는 답을 찾아내야 했다. 내가 가진 정보들을 머리 속에서 뒤지고, 답을 유추해 내는 나만의 생각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만나는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두뇌와 몸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열심히'보다 훨씬 좋은 방법임을 내 경험이 증거한다. 일이나 공부를 열심히 또 더 많이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태도는 심리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손실을 일으킨다고 학자들은 증명을 했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열심히에 집중한 사람들을 ‘의욕과잉의 기대이하 성취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재능도 능력도 있으나 단지 자신의 잠재력을 믿지 못하기에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삶이 피곤하고 불안하다면 이런 과로와 불안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기를 권한다. 스스로를 믿으면서 내면의 '나'가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 유지하는 일에 집중해야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자신을 위해 잠을 푹 맘껏 자기를 바란다.
이렇게 잘난 맛으로 나는 지금 산촌에서 나홀로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시험보는 시간에 답을 찾아 머리를 뒤지던 나는 생존이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서도 해결방안을 찾아냈다. 잃었던 꿈도 다시 찾아냈고 가야할 길도 찾았다. 그런 나에게 나는 지극히 만족을 한다.
성공을 어떤 부와 명예의 소유 등에 둔 사람들은 나를 실패자라고 규정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성공이란 자신이 스스로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내가 찾아낸 나의 길을 가며 기쁘다. 그러니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 잘 놀고 잘 먹으며 세상 구경을 세외에서 하면서 즐겁기도 하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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