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 30이 되면서 부터 늘 고통이 따르지만 겉으로는 평범한 듯한 생활을 했다. 결혼을 하고 딸을 2 낳고, IT벤처기업도 창업을 하고 운영했다. 그러다 50대에 들어서면서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다.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성년인 딸 2이 남아있었다. 그것은 내가 새로운 삶과 변화에 적응할 기회와 마주친 것이다.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종은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변화에 적응해서 생존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생존지향적인 삶’이라는 한계를 넘고 싶었다. 바쁨과 고통으로 잊은 어린 시절의 꿈이 불현듯 내면에서 깨어났다. 주인이 주는 먹이를 먹기 위해 땅만 보고 다니는 지표조류인 닭이 아니라 저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독수리이고 싶다던 꿈. 닭처럼 의존적이고 자신의 생존만 지향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세상을 날고 자신의 먹이를 먹고 싶을 때 스스로 구하는 그런 존재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확실히 했다.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만났다. 나는 그 말을 내 소망으로 가졌다. 내 속 그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물을 찾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 미션임을 마음에 새겼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을 내가 살고 있는 이유라고 마음판에 되새기면서 말이다. 만물에게는 저마다 자아의 신화가 있고, 그 신화는 언젠가 더 나은 존재로 변해야 하고, 새로운 자아의 신화를 만들어야 해. 만물의 정기가 진정 단 하나의 존재가 될 때까지 말이야....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 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그렇게 나는 나의 자아신화를 만들기 위해 경지에 이른 선각자들의 깨달음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만났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오랜 세월에 거쳐 훌륭한 경지를 이룬 선각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그들이 남긴 말을 들으며 그런 경지로 가고 싶었고,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남긴 말을 내 것으로 하면 된다.
그 말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체득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말을 했다고 인용함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이해하고 나와 하나가 되게 하는 것 말이다.
우리는 그저 지니고 있는 것이 쉽기 때문에 소유를 선택한다. 하지만 지식을 소유하고 수시로 그것을 내보이는 것은 사실 표절과 같다. 자신의 생각을 증거하는 자료가 아니라 많은 지식의 소유자임을 밝히기 위한 소유와 인용은, 자신이 구경꾼의 편한 삶을 살고 있음을 말한다. 나는 생존지향적인 삶의 구경꾼이 아니라 삶의 기술을 익혀 제대로 내 삶의 미션을 수행하기를 꿈꾸며 삶의 기술을 연마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며, 내 조급해 지려는 마음을 잡으며, 조금해지는 마음을 위로하고 달랬다.
 또한 나는 지혜의 눈을 원했다. 단지 지식의 많고 적음으로 가질 수 없는 눈, 수많은 세월을 살아 경험을 통해 그만큼의 지혜를 자신의 몸으로 체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을 원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의 뒤에 숨은 것도 읽을 수 있는 눈 말이다. 무협소설에 보면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애송이들이 상대를 파악하지 못하고 달려들어, 한 순간에 세상을 하직한다. 이렇게 상대의 역량, 즉 가치를 알아볼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무모한 애송이다.
닭은 땅바닥만 보며 먹이를 찾으니 이 위대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인류에게 베풀어진 가치로운 것들을 볼 수도 없다.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 놓으면 늘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며 창공을 날아다니는 새를 본다. 그리고 자신에게 미처 있는줄 몰랐던 날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날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제 나이 70을 넘어 잠깐 뒤돌아 본 나의 삶은 진정 최선의 방향으로 최적의 방법으로 인도되었음을 다시 확인하며 기쁘다.
***이 블로그에서 삽화로 쓰는 이미지는 대체로 파워포인트로 그린 그림. 그러나 그림에 대한 조예가 전혀 없는 사람이 그린 것이니 양해하기 바란다. 새삼스레 언급하는 것은 내가 봐도 유치찬란하기에...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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