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요한 산촌에서 세상을 관람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관광하고 있다. TV라는 매체를 통해 나를 찾아와 보여주는 삶의 모습들, 신기하고 재미있고 놀랍고 감동적이고 황당하기도 하다.
TV를 통해 물건들이 넘쳐나는 집들을 가끔 본다. 집이 비싸다고 야단들이지만 비싼 공간에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광경은 정말로 웃기는 일이다. 넘치는 물건을 정리하고, 정리법을 알려주는 프로가 있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하고 이 프로는 사라졌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는 다 아는 것 같지만 생활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른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었다.
반면 절제를 통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적은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어 고맙다. 이러한 생활방식을 실천하는 사람들, 미니멀리스트(minimalist)가 늘어나는 중이라 기쁘다. 미니멀 라이프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제거하고 사물의 본질만 남기는 것을 중심으로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영향을 받아 2010년대 즈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삶에서 정말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 자기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 기쁘다.
이제 인류는 누구보다 많이 먹고 오래 살아남기 위한 존재가 아님을 이해하고 있음도 TV가 보여준다. 또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그 결과 세계는 이미 물질적인 진보의 속도가 완화되었으며 생활수준은 더 이상의 발전이 중단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사실도. 이제 진보는 물질의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그리고 오늘날 경제의 움직임은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며,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알려주는 정보와 지식이 늘 넘치고 있는 TV이다. 그런데 왜 TV가 재미 없다며 보지 않는 사람이 많을까...
사람은 무엇을 보고 듣던지 그 의미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한 것이 훈련되지 않은 사람은 재미있는 드라마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어떠한 가치관도 확립하지 못한 상태에서, 분별의 기준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니 혼란스러워 그런 것이라 여겨진다. 같은 이유로 지금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를 만나고 있어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 보인다. 로봇들이 도처에서 쉽게 보이고, 전기 자동차, 수소 자동차, 자율운전되는 자동차, 우주여행 등. 키오스크에 불편한 노인네들은 밥 사먹기 조차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휴대폰으로 물건도 사고, 돈도 오가고 별 짓이 다 일어난다. 이런 새로운 진보, 창조력이 요구되고 '가치' 개념이 새롭게 요구되는 현실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변화에 진입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를 우리가 인지해야한다고 본다. 이런 생각을 하며 TV도 구경하는 것이리라.
우리가 열정을 갖고 이룬 목표는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자존감이 충족되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질적으로 향상된 삶을 구가하게 한다. 하지만 자기 중심적인 비전과 소유의 경우 그리고 자신의 생존에만 집착한 목표의 성취는 권태와 도피 허무감등 방향성의 상실만을 가져온다. 삶은 이런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삶이 편안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드라마를 위시한 온갖 방법으로 TV는 보여준다.
이제 우리는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생존이 아니라 삶의 근본을 찾는 삶을 살아야 한다. '먹거리 확보'에 급급해야 한다는 전제를 벗어남으로써 높은 시각을 가진 존재가 되었기에 그렇다.
이제 자신이 찾아낸 삶의 목적으로 '사는 것'이다. 그 삶은 하나의 학습이며 그 모든 선택을 자신이 하는 멋진 삶이다. 이렇게 스스로 시야를 넓히며 사는 인류의 모습, 위대한 존재들을 보는 감동으로 관람하는 나도 위대한 존재가 되어간다.
삶의 뒤안길에서 산촌에 칩거하여 관광객인 내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TV에서 골라보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하는 관광. 재미있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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