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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5월 중순이다. 으름나무의 매력적이고 향기 높은 꽃이 거의 져간다. 지난 겨울 내내 내 마음을 애달프게 한 어린 으름나무가 있다. 그는 어린 나무를 감고 올라 지녔던 잎을 그대로 달고 추운 겨울을 지냈다. 잎의 색은 거의 검은 색에 가깝게 변한 채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마치 만들어진 잎처럼 미세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과연 그는 살아있는 것인지 알고 싶어 사진을 찍어 두었다.
봄이 오고도 좀체 그의 색은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다른 으름나무들에 새 잎이 돋아나면서 그의 색은 미세하나마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는 살아 있었던 것이다. 4월9일 나는 그의 변한 모습을 사진 찍었다.
위대한 으름나무의 잎이 살아서 겨울을 이겨냈다. 이제는 잎이 무성해지고 있는 그에게서 나의 관념을 검증했다. 나는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한 생존은 유지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수십년 전에 한 유사한 경험도 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만 건강했던 사촌 시동생이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 그날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출근길에 내게 강력한 텔레파시가 전해졌다. 그가 자신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소리가 아주 강하게 들려왔다. 그의 소리는 매우 다급해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시고모에게 하루라도 생명연장 장치를 연장해 달라고 의사에게 강하게 요청하라고 했다. 그렇게 그 시동생은 살아났다.
으름나무 잎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 무의식적으로 그를 응원했던 것 같다. 위기의 순간에 생명체는 강력한 'SOS'를 세상에 내보내는 것 같다. 그러한 신호에 내가 감응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텔레파시 경험을 여러 차례 가지고 있다. 최근에 아픈 사람의 아픔 호소에 나는 감응을 해 엄청나게 아팠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고통과 무기력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나는 다른 사람의 증세를 따라 감당이 힘든 기관지인지 폐인지에서의 고통을 겪었다.
아픔에 감응할 수 있는 능력은 사실 아무에게서나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일어난다. 아픈 사람의 쾌유와 편안함을 기도할 때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라 여겨진다.
모든 인류가 편안하고 넉넉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행복한 존재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이 행복한 존재인 자신을 위한 것이라 여겼으면 한다. 고통은 자신의 제한된 사고를 깨는 장치일 뿐이다.
우리는모두 지금 천국에서 극락에서 사는 행복한 존재이다. 삶에 감사하며 삶을 즐기는 존재이기를 소망한다.
visionary 이화순 lhs@visiona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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